처방이 필요없는 사람이 왜 발기 부전 치료제를 찾을까?
첫째, 자기 몸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충분히 정상’이라서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평범한 병이라면 아프지 않다는 진단이니까 문제가 해결된 상태라는 의미다.
비아그라 사례에서 ‘정상’은 그냥 ‘보통’이나 ‘평균’이라는 뜻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 ‘사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나은 능력과 좋아진 몸을 바란다. 성능이 더 좋아진 업그레이드 된 기계처럼 말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몸보다 언제나 반응할 수 있고 준비된 몸을 더 뛰어나다고 여긴다. 어느덧 자연스러움보다 ‘사이보그스러움’을 표준으로 여기게 됐다.
둘째, 가부장제를 향한 향수다. 가부장제란 ‘아버지의 지배’를 말한다. 가족을 대표하는 아버지가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일방적인 권위나 지배를 행사한다는 의미다. 가부장제에서 남성에게 강조되는 속성이 바로 남성성이다. 남성성은 남성에게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자질이다.
‘상남자’ 또는 매우 ‘남성적이다’는 말은 이런 남성성이 비교될 수 있는 특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실 가부장은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고 남성성은 생물학적 남성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전형이다.
가족관계 또는 사회적 관계의 변화는 새로운 남성성을 요구하는데, 이런 속성을 아직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 남성들이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식 중 하나가 성적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비아그라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몇몇 노인과 환자들은 이런 의약품 덕분에 삶의 중요한 부분을 실현하고 유지할 수 있다.
변화된 사회적 관계에 남성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돕지 못한다면 남성들이 가부장제에 느끼는 향수는 더욱 짙어질 수 있다. 매사에 남녀평등을 강조하다가도 신혼집은 당연히 남자가 구해야 한다고 여기고 ‘남자는 능력’이라며 출세와 성공을 강요하면서 남성을 더 불안하게 하면 이런 불안은 증폭된다.
비아그라는 그런 불안을 파고들면서 남성성 회복이나 더 강화된 남성성을 내세워 우리를 유혹할 수 있다.